'아바타'보다 10년 앞선
아바타보다 10년 앞선 1999년에 개봉한 영화인 13층은 아바타와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는 영화이다. 아바타는 사람의 유전자와 판도라 행성 원주민의 유전자를 합성해서 만든 신체인 아바타에 사람의 의식을 옮긴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영화라면 13층은 가상현실로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의 한 인물의 의식에 접속해서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시작한 영화이다. ‘13층’과 ‘아바타’는 가상현실과 관련된 주제와 개념 측면에서 유사점이 있다. ‘13층’에서 가상 세계는 1937년 로스앤젤레스의 시뮬레이션이며, ‘아바타’에서 가상 세계는 아바타이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가상 세계에 빠져든다. ‘13층’에서 주인공 더글라스는 자신의 세상이 실제라고 알고 있었지만 가상현실 프로그램이고 그의 실제 상대가 죽고 진짜 현실 세계로 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는 아바타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다가 인간의 몸을 버리고 아바타의 삶을 택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기술 사용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13층’에서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은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대체 현실을 만드는 결과에 대한 질문도 제기한다. ‘아바타’에서 기술의 사용은 인간이 원주민을 희생시키면서 판도라의 자원을 채굴하려고 하기 때문에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전반적으로 ‘13층’과 ‘아바타’는 가상현실 및 정체성과 관련된 몇 가지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식과 다른 맥락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 '13층'
1999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2024년 로스앤젤레스를 현재시점으로 하고 있는데, 간혹 이 영화나 과거의 다른 영화들에서 바라보는 2020년대는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루었다는 전제로 제작된 것들이 종종 있었다. 2023년인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현실이 될 만한 상상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와 비슷한 증강현실이나 VR기술들이 더 발전한다면 영화와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두 개의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한다. 첫 번째는 1937년 로스앤젤레스의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컴퓨터 과학자 풀러와 더글라스의 이야기이다. 풀러가 살해되자 그의 동료인 더글라스는 주요 용의자가 된다. 더글라스는 시뮬레이션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시뮬레이션의 일부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두 번째 줄거리는 캐릭터 제인과 더글라스가 존재하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내부에서 진행된다. 더글라스는 시뮬레이션을 경험하고 그 현상이 자신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중심 주제는 현실의 본질과 우리가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 전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정체성과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을 포함하여 인공 지능과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만화 중에 인간의 몸속이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설정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영화 ‘13층’을 보고 똑같은 설정의 영화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 영화는 두 가지 버전의 결말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버전의 결말만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두 가지 버전의 결말을 모두 확인해 보길 바란다.
가상현실 기술
‘13층’의 배경인 가상현실 기술이 영화 ‘토탈 리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3층’에서 가상현실 기술은 현실 세계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시뮬레이션 속으로 완전히 의식이 옮겨가는 것으로 설정된다. 사용자는 시뮬레이션에 들어가 마치 실제 세계에 있는 것처럼 가상 환경 및 캐릭터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너무 발전해서 사용자는 자신이 실제 세계에 있는지 가상 세계에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은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고도로 발전되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상세한 시뮬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990년에 개봉한 ‘토탈 리콜’의 배경은 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하여 기억을 사람의 뇌에 직접 이식한다. 이로써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여러 상황의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헷갈리게 된다. ‘토탈 리콜’은 완전히 몰입되는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지각을 조작하는데 중점을 두지만 이 영화가 ‘13층’을 만드는데 기본 개념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